달력 달력 보이지 않아서 숫자에 가두어 둔다 잠깐 눈 감았다 뜨면 나 모르게 떠났을까봐 까만 색깔 빨간 색깔로 묶어버렸다 어제는 김치찌개를 먹었고 그제는 된장찌개를 먹었고 한 달 전엔 일 년 전엔 숫자에 갇혀버린 시간들은 더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숙박계를 적듯이 잠시 머문 곳에 남.. 시 2019.12.04
가을단상 가을단상 가슴에 가두어 두었던 새가 다시 날개짓을 시작한다 사그러들지 않는 폭풍속 거꾸로 돌린 시간 어딘가에 아직 남아 박제가 되어버린 새가 밤새 켜 놓은 불 지나온 길만이 기억으로 남은 날들 몸속에 피가 차가워져야만 견뎌낼 수 있는 겨울의 바람이다. 방향은 언제나 오른 쪽 .. 시 2019.12.04
미련 미련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없었던 것이 되어야 하는 것 잡았던 손을 놓아 버리면 그뿐 우리사이에 남은 것은 없다 꾹꾹 눌러 봉인해 버린 슬픔위로 끝이 보이는 사랑은 감정의 낭비라고 가슴의 한켠을 동여매고 주고 받은 감정 없는 단어들 차라리 소리 내어 울었더라면 차라리 소리내.. 시 2018.08.10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 앞에 섰다 두려워 도망치기만 했던 감정의 바람 앞에 오늘 섰다 망상 속 까지 스며드는 현실의 이기심이 두 줄 그어 지워버린 퇴폐적 설레임과 마주섰다 기억은 사라지고 느낌만으로 남은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감정들 평생에 한 번은 망설임 없이 마주.. 시 2018.07.23
잊혀지고 싶은 잊혀지고 싶은 추억이 짐이 되어버린 사람들 짐을 벗어 던지듯 추억을 벗어던진 사람들 그래서 지난 시간에 갖혀 버린 사람들 제 몸에서 바늘이 돋아 남을 찌르던 바늘이 제 몸으로 파고 들 때 단절만이 위안이라고 추억을 탓하며 들어 앉은 사람들 제대로 기억되지 않은 지난 시간의 모.. 시 2018.07.09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며칠째 비가 옵니다 며칠째 천둥이 칩니다 거리에 홍수 진 물이 넘치고 물에 잠긴 채 아우성치는 소리만 들립니다 꽁꽁 숨겨 두었던 슬픔이 내리는 비와 함께 쏟아졌습니다 묵혀 두었던 상처가 천둥과 함께 터져 버렸습니다 다물어 버렸던 입이 열리고 목구멍까지 차있던 아.. 시 2018.07.07
공룡화석 공룡화석 내 머리로는 몸뚱이 전부를 움직일 수 없다 한 발짝 떼어보기 조차 버거운 작은 머리 몸을 돌리면 꼬리는 반대로 간다 둔화된 몸짓 어차리 머리로만 살아야 하는 세상 머리의 크기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퇴화되고 완저히 없어지지도 못한 채 거리에 나뒹굴어졌다 부푼 몸뚠이 가득.. 시 2010.08.31
개구리 왕자 개구리 왕자 꿈을 꾸었다 입맞춤 한 번이면 왕자가 될 수 있는 꿈 어느날 문득 태어나 있는 나 그 모습 개구리 모습 멋진 진짜 왕자의 기억은 없다 그래서 꿈을 꾸었다 입맞춤 한 번이면 단 한번이면 왕자로 변하는 꿈 어느날 그 누가 입맞춤 하는 꿈 시 2007.09.26
시계 시계 움직여야만 한다 찰나의 멈춤은 영원의 죽음이었다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이 살아있음의 확인이다 두 눈은 감고 두 발의 습관화된 움직임 눈을 뜨고 보는 건 어둠 확인되는 익숙함은 없다 쉬어갈 수 없는 숨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 바람의 감촉 움직여야한다 다시 돌아옴을 없애기 위해 시 2007.09.26
꿈이었어 꿈이었어 혼자 꿈을 꾸었지 두 날개를 펼쳐 호수위를 나는 꿈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이 꿈속에 비치곤 했지 혼자 꿈을 꾸었지 두 팔 벌려 퍼덕여 보며 날개 짓 하는 꿈 두 눈을 꼭 감고 감은 눈속에 내가 날고 있었지 그건 그냥 꿈이었어 시 2007.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