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
가슴에 가두어 두었던 새가
다시 날개짓을 시작한다
사그러들지 않는 폭풍속
거꾸로 돌린 시간 어딘가에
아직 남아 박제가 되어버린 새가
밤새 켜 놓은 불
지나온 길만이 기억으로 남은 날들
몸속에 피가 차가워져야만
견뎌낼 수 있는 겨울의 바람이다.
방향은 언제나 오른 쪽 아니면 왼쪽인데
발걸음이 멈춰지는 그 순간
나의 망상은 서리처럼 내려 앉았다
과거가 바뀌어야만
바뀔 수 있는 현재
가슴을 타고 내려오는
알 수 없는 명치끝의 통증
이명으로 들리는 여운
진통제를 삼키면
잠시 잠깐 잠들어 질 수 있을까
가을이 지나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