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를 여행하면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영어안내문이다. 너무 반가워서 사진을 먼저 찍고 자세히 보니 1,200km의 거리를 걸어서는 45일 자전거로는 20일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사찰과 사찰사이의 길은 좁은 도로이거나 아니면 인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국도이거나 아니면 산길로 되어 있었다. 경민선님의 책에 보면 산길을 가다가 뱀을 만난적도 있고 그래서 지팡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되어 있었는데 난 솔직히 국도를 지나며 겁을 먹곤 했다. 인도도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굽어진 길에 차가 지나가면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순례자에게는 코보대사가 항상 같이 한다고 했으니...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걸어간 길이 많았다.
"오헨로의 길"
산길로 돌아서 가다보면 길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 너무 오래된 썩은 나무로 화살표같은 것이 되어 있었는데 통 어디로 가라는지 알 수가 없어서 한시간을 반대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적도 있었다. 집도 하나도 없고 사람도 한명 못 만나고 갈팡질팡하다가 겨우겨우 길을 찾아 간적도 있었다. 그렇게 길에 대한 표시가 정확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고 혼자 씩씩 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순례의 길을 간다며 조급하게 씩씩 거릴게 뭐있나.. 오늘 한군데 가고 헤매다 못가면 다음날 가지뭐 이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가자고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머리속에 시끄럽게 떠다니던 생각도 없어졌다.
이 표시도 지나쳐 갈 뻔 하다가 겨우 찾아낸 오헨로의 길이란 표시였다. 자라난 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진짜 코보대사가 알려주셨나보다..
여행을 하다보면 참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난다. 아니 항상 어디선가 "뽕"하고 나타나서 도와주시는 것 같다. 이 여행에서도 난 너무나 많은 고마운 분들을 만났다. 그런데도 내 닫힌 마음은 그 분들의 호의를 잠깐 의심하기도 한다.
도쿠시마 역에 있는 건 매표소 아가씨- 말이 안통하는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필요한 기차표를 살 수 있게 해주었고 버스터미날 안내소에 있는 아주머니는 "고방"에 가서 버스를 타라고 알려주고도 내가 잘 못알아들었을까봐 버스가 도착하는 것을 보자 안내소에서 나와 나를 버스에 태워주시고는 운전사에게 어느 절 앞에서 내려주라고 당부까지 해주셨다. 마츠야마 버스터미날에서 영어가 안통해서 짜증을 부리고 있는 나를 위해 사전을 찾아 적은 종이를 내보이던 아저씨..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커피를 사주신 분. 그리고 44번째 절에서 나와 다음절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만났던 많은 분들.. 그 외에도 호텔에서 만나 직접 전화까지 걸어가며 사찰을 찾아가는 방법을 적어주시던 마츠야마 호텔의 지배인님...모두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첫번째 사찰인 영산사를 들러 나와 두번째 사찰로 가는 길은 집과 집 사이의 좁은 골목길이었다. 갑자기 어떤 할머니 한분이 집에서 나오시더니 쟁반같은 것에 주머니 몇개와 오차를 담아 가지고 내게 내미셨다. 이럴 때 아주 우울한 일.. 난 일본어를 못한다... 사라는 건가? 잠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그분은 오헨로상에 대한 순수한 예우였다.
여행중에 이런 선물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책에서 미리 보지 않았더라면 난 그 분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하고 무안하게 그 자리를 떠났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내게 묻고 한다. 혼자 여행하면 무섭지 않냐고.. 난 대답한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훠얼씬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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