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옆집 사람 2005. 9. 17. 15:49
풍장

한때는
두텁고 푸른 잎을 매달고
있었다고
기억해 주는 이도 있다
한때는
그 잎을 흔들며
수줍게 웃기도 했다고
기억해 주는 이도 있다

바람을 맞기 시작한건
땅속에 숨어 있던 뿌리 한 쪽
바람이 그리워 삐죽이 땅위로 내밀던 오후
그리고 조금씩
바람에 말라갔다

기억의 마지막은
뿌리의 아주 조금
땅위로 밀려 올린 것 뿐
바람은 뼈속으로 스며들어
물관 영양관 모두 내 몰고
텅 빈 관속을 차지해 버렸다

오늘도 풍장 지낸 몸속에서
바람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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