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훨씬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너무 시간을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어떤 남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결국 모든 친구들과 다 헤어지게 돼요. 이십 대에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그 친구들과 앞으로도 많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 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렇잖아요. 다 헛되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이런 게 더 중요한 거예요. 모든 도시를 다 가보고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고 그래도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인간은 불행해요. 밤새 술 먹고 그런 거 안 했어야 하는데.“
얼마전 오랬동안 연락이 끊어졌다가 다시 연락이 된 한 친구가 SNS로 이 글을 보내왔다.
같은 글을 반복해서 읽고 나서 난 그 친구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 글을 쓴 그 작가는 20대에 어떤 사람들을 만났던 걸까? 너는 내가 모르는 지난 10년동안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까?
지나간 시간 속에 난 참 많은 것을 낭비하며 살았던 것 같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그러나 시간이 지나보니 생각나는 것은 그 시절, 그 시간에 만났던 “사람들”인것 같다. 한 시절을 같이 보낸 사람들,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나의 이기심이나 오해로 헤어진 그 사람들만이 내가 지내온 시간에 대한 흔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창피한 기억도 있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다. 그래도 그런 것들이 그때 그 나이에, 그 시간에 나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그 사람들이 때때로 그립다.
감정을 낭비하는 것이 싫다고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어느 한 순간의 감정도 낭비되는 것은 아닌것 같다. 매 순간 순간 감정은 나의 온 몸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그렇게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 뿐이었다.
왕가위의 영화 “아비정전”에 보면 아비가 수리진에게 같이 시계를 보자는 장면이 있다. 1분이 지나고 아비는 수리진에게 말한다. 우리가 같이한 1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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