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걸 온더 브리지

옆집 사람 2005. 9. 21. 21:06

“우리는 찢어진 지폐의 한쪽 같은 사람들이야”

흑백영화를 보는 것은 마치 여백이 많은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르콩트의 걸 온더 브릿지에는 여백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있다.

인생의 전부는 사랑이라고 생각한 여자 아델, 그녀는 주위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으로 세느강 다리위에서 죽음을 생각한다. 그 순간 한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서커스단에서 칼 던지기 쇼를 하는 남자 가보였다. 날카로운 칼 던지기의 조수가 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보을 따라 아델은 그의 과녁이 되어준다. 그러나 형편없는 솜씨의 가보는 그녀를 만난 이후 마술 처럼 행운이 따른다. 칼 던지기 쇼의 성공뿐 아니라 도박이나 경품까지도 그들을 비껴가지 않았다. 그런 행운 속에서 따로 있으면 가치가 없지만 붙어 있을 때 만 그 가치가 인정되는 지폐의 반쪽처럼 둘은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아델은 가보의 칼이 날아와 꽂히는 순간마다 그와의 특별한 교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델은 쇼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빠져 가보를 떠나고,....   어느 날 아델은 다리 위에서 자살하기 위해 서있는 가보를 만난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어렸을 때는 그냥 빨리 컸으면 했어요, 아주 빨리요. 지금 생각해도 그 이유는 모르겠어요. 나이 만 먹어가죠. 제 미래는 마치 벤치와 통풍기가 있는 큰 역의 대합실 같아요. 밖에선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절 거들떠보지도 않죠. 다들 바쁘게 지나가요. 기차나 택시를 타고. 다들 갈곳이 있어요. 만날 사람이 있고요. 전 거기 앉아서 그냥 기다려요. ”

“뭘 기다리죠? ”

“무언가 일어나길요.”

오늘도 서로에게 가치가 될 수 있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같이 보고 싶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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