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옆집 사람 2005. 9. 17. 15:09
첫 눈


무작정 기다린다
올 것이라는 믿음은
어리석은 집착으로
일년을 삼키고
길어서 지루해진 새벽녘
아직 하늘에 남아있는 달을 본다

아침이 되면 할 수 있는 것은
하루를 포기하는 것
그렇게 쌓여가는 시간들 속에
한번은 꼭 올 것이라는 믿음
어제도 오늘도 아닌 어떤 날을 위해
오늘은 또 타협한다

아직까지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있었다고 들어온 입소문
가슴에 덩어리로 들어앉고
기다리다 지쳐버린 새벽녘
할 수 있는 것은
두눈 크게 뜨고 기다리는 것뿐

오늘은 모두 환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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