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왕가위의 영화들

옆집 사람 2005. 9. 21. 21:01

 

가끔은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나는 영화를 보고 싶을때가 있다. 그렇게라도 울어보고 싶을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너무나 슬퍼서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한 숨이 쉬어질 때가 있다. 너무 슬퍼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화가 있다.

 

“난 그저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가 창문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비정전의 아비나 죽어 가는 연인에게 “남아있으라고 하지 않아서 떠났다” 는 동사서독의 황약사의 슬픔은 그랬다. 상처 입은 채 누워 잠이 든 보영의 눈썹을 쓰다듬는 춘광사설의 야휘의 사랑은 그 슬픔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비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생모를 만나는 일이었다. 그는 생모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방황과 반항으로 밖 에 표현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온 동사서독의 황약사는 살인청부를 하게 된다. 너무나 그리운 사람에 대한 반대적 표현..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감추며 살아남아 있음이 그의 영화 주인공이 가지는 처절함이 아닌가 한다. 야휘를 사랑하면서도 튀어 나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보영. 그런 보영을 기다리는 야휘. 그리고 야휘가 떠나버린 집에서 절규하는 보영의 모습에서 드러내지 못하는사랑이 주는 절망을 본다. 서로의 상처를 긁어서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밖에 가슴속 사랑의 표현 할 줄 모르는 사람들,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죽어 가는 아비는 말하지만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소중한 것들을 가슴에 껴안고 있으면서 한번도 드러내지 못하고 마는 슬픔. 그래서 화양연화의 마지막 대사가 더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그도 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