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餓鬼)

옆집 사람 2005. 9. 17. 15:07
아귀(餓鬼)

전생(前生)의 업(業)이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남산만한 뱃고래
이 생(生)에 물려받은
내 전생이 지은 죄값이다.

언제나 허기진
욕망의 가닥은
가슴으로 치받혀 오르고
참아내지 못하는 혀(舌)는
이 생의 업을 짓고
그리하여 점점 더 불러오는 배

지나간 시간을 잘라내지 못하는
어리석음
욕심으로 바뀌어가고
두 손만으로 허공을 치며
통곡조차 삼킬 수 없는
작은 목구멍

전생이 업이다
이것 저것 모두 품에만 껴안고
내어주지 않은
지나간 시간 어리석음의
모습이다